The Reset Machine

The Reset Machine

리셋 머신_비디오 설치-TV, 온돌판넬, 장판_00:28:23_2016
The Reset Machine_video installation-TV, electric floor heating panel, vinyl sheet flooring_00:28:23_2016

작업 리셋 머신(The Reset Machine)은 순환하는 시간 속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이를 통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리셋의 기능에서 착안되었다.
리셋 머신의 일부분인 영상을 보기 위해 관객은 비닐장판이 깔린 온돌판넬 위에 자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특징 없는 일상으로 채워진 영상의 관람에 가장 적합한 자세는 눕는 것인데, 온돌판넬이 전달하는 온기, 화면 높이가 바닥 면에 닿아 있는 구성, 의미 없이 정지된 듯 미세하게 반복되는 지루한 풍경(영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신체적 반응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보여지는 영상은 결국 ‘의미 없음’의 의미를 가지며 영상 너머 다른 차원의 시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흡사 체면술사가 구사하는 레드썬(?)의 기술이나, 일정한 주파수를 가진 반복된 일상의 소음을 통해 수면 등을 유도하는 백색소음과 방법적으로 유사하다. 즉 멈춘 듯 움직이며, 과거 현재 미래가 흡사 진공의 상태에서 공존하는 이 경계와 공존의 시간 체험은 우리로 하여금 고단한 이 현실 너머의 표류를 잠시나마 허락한다.

… 이러한 시간 혹은 공간에 관한 작가의 감각적인 면모가 도드라지는 작업이 <리셋 머신>이다. 한가로운 지루한 일상의 단면들이 정적인 움직임으로 느리고 길게 이어지는 이 작업은 이번 전시의 화두인 ‘거룩한 시간’의 속내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재개발 현장에서 채집된 이들 영상들은 마치 시간의 움직임이 멈춘 듯, 길고 느린 화면을 불연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속절없이 지속되고 있는 시간에 관한 작가의 감각적 사유를 직접적으로 가시화시킨다. 시간은 그렇게 느린 듯 빠르게, 혹은 빠른 듯 느리게 멈추는 듯 다시 흘러간다. 여기서의 시간성은 객관적인 시각의 단위의 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적 감각을 통해 경험되는 것이고, 그 경험의 빛깔과 질감들만큼이나 각기 다른 느낌들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시간의 경험 속에서 현재는 다시 과거, 혹은 미래와 섞이기도 하고, 그렇게 섞인 시간대들을 감각적으로 중첩시켜가면서 각자만의 시간 감각을 경험해 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시간의 흐름은 각자의 경험적이고 성찰적인 시간에 대한 감각들, 사유들로 전환된다. 특히 작가는 이러한 각각의 시간에 대한 독특한 성찰을 위해, 온돌 매트, 비닐장판, 구형 모니터 화면 같은 관람 장치들을 통해 한 겨울 관객들로 하여금 일상의 나른한 상태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지난 시간들을 천천히 완상케 하도록 배려한다. 무상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멍한 상태로 일상의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시공간의 흐름에서 잠시 비껴서 있는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반추하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리셋, 곧 각자만의 고유한 시간대로 다시 맞추는 것이야말로 세속의 시간들마저 거룩한 시간들로 변모할 수 있는 어떤 태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움직임마저 정지시키는 것이고, 정지된 순간조차 다시 삶의 리듬으로 이어가게 하는, 정중동, 동중정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끝없이 돌고 도는 일상의 원환 같은 시간의 순환에 파열을 내는 것인 동시에 단선적인 방향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절단하면서 각자의 고유한 감각적인 시간을 생성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

민병직 (대안공간 루프, 협력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