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

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_led 채널_38x985x11 cm_2015_(인천아트플랫폼, 인천)
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_led channel_38x985x11 cm_2015_(Incheon Art Platform, Incheon)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정의를 역설적으로 만질 수 없는 위치에 점자로 시각화하였다.

좌전_IMG_8039-수정

파라다이스 : 김지연의 미술 소환 _ 경향신문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이것이 파라다이스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이창훈은 파라다이스가 이런 뜻이라면, 그곳이 과연 현실에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는 파라다이스의 정의를 점자로 적었다.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읽어 들이는 점자는 촉각에 기댄 소통수단이라 눈으로 글을 읽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눈은 이 문자를 일종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뿐이다.

1821년 루이 브라유가 최초로 고안한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광명을 찾아 주었다. 그들의 손은 눈이 되어 정보의 바다에 접속할 수 있었다. 여섯 개의 점이 한 세트인 점자는 가로 2열, 세로 3행의 직사각형으로 점을 배치하고, 볼록한 점의 조합이 문자를 이루는 방식으로 쓴다. 한글 점자는 초성, 중성, 종성에 각각 한 점자를 대응시키는 박두성의 ‘훈맹정음’을 기본으로 하여 꾸준히 개정되었다.

이창훈은 점자가 가장 직접적인 문자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망막의 착각, 언어의 현란한 유희에 휘둘리기보다는 왜곡되지 않은 감각으로 소통하는 점자가 좀 더 진솔한 문자이며,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LED 조명을 이용하여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정의를 담은 점자를 적은 후 간판 형태로 만들었다. 점자가 간판이 되어 건물 꼭대기에 자리 잡는 순간, 이 문자는 그 누구도 해독할 수 없는 글이 되어 버린다. 시각으로 소통하는 이들은 읽을 수 없고, 촉각으로 읽는 이들은 만질 수 없으니, 모두에게 무의미한 발언인 셈이다.

작가는 혹시 파라다이스도 그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모두 파라다이스라는 단어를 알고 있지만 그곳이 과연 실재하는지는 의심스럽다. 건물 위 간판처럼 파라다이스는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 아닐까. 작가는 이 작업을 도와준 간판 제작사 대표에게 자신의 이런 생각을 전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파라다이스는 저 간판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아니겠냐고.

김지연 (전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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